데이터센터 UPS 배터리 화재. 이 낯선 용어가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건 불과 며칠 전이었습니다. 2025년 9월 26일 저녁 8시 15분,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부24, 모바일 신분증, 우체국 서비스 등 647개의 정부 시스템이 동시에 멈춰섰습니다.
“잠깐만, 배터리 하나 때문에?”라고 생각하셨다면, 바로 그 ‘잠깐’이 10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이 글에서는 데이터센터 UPS 배터리 화재가 이렇게 진화하기 어려웠던 이유,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목차
데이터센터 UPS 배터리 화재는 왜 특별할까?
무정전전원장치, 영어로는 UPS(Uninterruptible Power Supply)라고 불리는 이 장치는 데이터센터의 ‘심장 박동 유지 장치’와도 같습니다. 정전이 발생해도 서버가 멈추지 않도록 전력을 공급하는 백업 시스템이죠.
이번 국정자원 화재의 핵심은 이 UPS에 사용된 리튬이온 배터리였습니다. 배터리 자체는 2014년 8월 설치된 것으로, LG에너지솔루션에서 제조한 54V 리튬이온배터리 384개가 화재로 전소됐습니다.
일반 화재와 다르게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 때문입니다. 배터리 하나가 과열되면 연쇄 반응으로 주변 배터리들까지 연달아 발화하는 것이죠. 마치 도미노처럼 말입니다.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의 특징
| 특징 | 내용 |
|---|---|
| 발화 온도 | 150~200℃에서 열폭주 시작 |
| 연소 온도 | 최대 800℃까지 상승 |
| 진화 난이도 | 일반 화재 대비 3~5배 어려움 |
| 재발화 위험 | 진화 후에도 수시간~수일 내 재발화 가능 |
| 소요 물량 | 배터리 1개당 평균 1만 리터 이상 필요 |
10시간 동안 왜 물을 뿌리지 못했을까?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부분입니다. “불이 났는데 왜 물을 확 뿌려서 끄지 않았을까?”
대전 소방본부는 소방차 63대와 인력 170여 명을 투입했지만, 정작 가장 효과적인 소화 방법인 ‘물’을 마음껏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서버 보호
전산실에는 국가 핵심 데이터를 저장한 서버 740대가 함께 있었습니다. 물을 대량으로 뿌리면 배터리 화재는 진압할 수 있지만, 서버들이 물에 잠겨 데이터가 영구적으로 손실될 위험이 있었죠.
소방당국은 초기에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리튬이온 배터리는 산소가 없어도 자체적으로 산소를 생성하며 타오르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둘째, 리튬이온 배터리의 특성
리튬이온 배터리는 일반 화재와 달리 완전히 냉각되어야 진화가 완료됩니다. 전문가들은 “배터리를 물에 완전히 담가 냉각시켜야 하는데, 192개의 배터리팩이 한 공간에 밀집되어 있어 효과적인 냉각이 어려웠다”고 설명합니다.
결국 소방당국은 약 6시간이 지난 새벽 2시경부터 제한적으로 물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9월 27일 오전 6시 30분에야 큰불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데이터센터 화재 진압 과정
| 시간 | 조치 내용 |
|---|---|
| 20:15 | 화재 발생, 119 신고 접수 |
| 20:30 | 소방차 63대, 인력 170명 투입 |
| 20:15~02:00 |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로 진압 시도 |
| 02:00~06:30 | 제한적 물 살포 방식 전환 |
| 06:30 | 큰불 진압(초진) 완료 |
데이터센터 UPS 배터리 화재 재발, 2022년 카카오 판교와의 닮은꼴
이번 국정자원 화재를 보면서 많은 분들이 3년 전 카카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를 떠올리셨을 겁니다.
2022년 10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역시 UPS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카카오톡을 비롯한 주요 서비스가 최장 127시간 넘게 중단되면서 국민 생활에 큰 혼란을 가져왔죠.
놀라운 점은 두 화재의 공통점입니다:
- 모두 UPS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발화
- 진화에 장시간 소요 (10시간 이상)
- 데이터 보호를 위한 진압 제약
- 이중화 시스템의 허점 노출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국정자원이 바로 이 카카오 판교 화재 이후 안전성 강화를 위해 배터리 이전 작업을 진행하던 중 화재가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행정안전부는 2022년 판교 화재 이후 약 33억 원 규모의 ‘UPS 배터리 화재 대응시설 구축 사업’을 추진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주요 데이터센터 화재 비교
| 구분 | 국정자원 화재(2025) | 카카오 판교 화재(2022) |
|---|---|---|
| 발화 원인 | UPS 배터리 이전 작업 중 | UPS 배터리실 |
| 배터리 종류 | 리튬이온 (54V, 384개) | 리튬이온 |
| 진화 시간 | 약 10시간 | 약 8시간 |
| 영향 시스템 | 647개 정부 시스템 | 카카오 주요 서비스 |
| 복구 기간 | 최소 4주 예상 | 최장 127시간 |
작업 중 발생한 화재, 무엇이 문제였나?
이번 화재는 더욱 안타까운 점이 있습니다. 화재 예방을 위한 작업 중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이죠.
행정안전부 브리핑에 따르면, 화재는 5층 전산실에 서버와 함께 있던 UPS 배터리를 지하로 분리·이전하는 작업 중 발생했습니다. 작업자 13명이 배터리 전원을 차단하는 과정에서 케이블 분리 시 스파크가 튀며 발화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동아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소방청 화재 상황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화재 신고 접수 후 3시간 가까이 배터리에 전원이 공급되는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 작업 시에는 반드시 충전량을 20% 이하로 방전한 후 전원을 완전히 차단해야 합니다. 하지만 시간에 쫓겨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시스템 이중화의 함정
“백업 시스템이 있는데 왜 647개 시스템이 모두 멈췄을까?”
국정자원은 대전 본원 외에도 대구와 광주에 분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론상 한 곳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센터에서 서비스를 이어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같은 공간 내 이중화’**였습니다. 배터리실 한 공간에 이중화 구성된 배터리가 모두 설치되어 있어, 화재 발생 시 전체 계통이 동시에 피해를 입었습니다.
또한 대전 본원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습니다. 국정자원이 관리하는 약 1,600개 시스템 중 647개가 대전에 집중되어 있었고, 이 중 1등급 12개, 2등급 58개 등 중요 시스템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화재 피해 시스템 현황 (9월 29일 기준)
| 구분 | 시스템 수 | 복구 현황 |
|---|---|---|
| 전체 중단 시스템 | 647개 | – |
| 복구 완료 | 81개 | 정부24, 우체국 금융 등 |
| 직접 피해(전소) | 96개 | 대구센터로 이전 중 (4주 소요) |
| 선제 중단 | 551개 | 순차 복구 진행 중 |
데이터센터 UPS 배터리 화재 예방 대책
이번 화재를 계기로 데이터센터 안전 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단순한 사후 복구를 넘어 구조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배터리 분산 배치로 연쇄 화재 차단
가장 먼저 지적되는 문제는 배터리 집중 배치다. 현재 국정자원은 배터리실 한 공간에 이중화된 배터리를 모두 배치해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가 한 공간에 몰려 있으면 한 번의 화재로 전체 전원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이를 분산시켜야 무중단 운영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배터리를 서로 다른 층이나 건물에 분산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곳에 화재가 발생해도 다른 배터리는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물리적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데이터센터들은 이미 이런 방식을 채택해 화재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
서버와 전원설비 완전 분리 필수
이번 화재에서 진화가 어려웠던 가장 큰 이유는 서버와 UPS가 같은 공간에 있었기 때문이다. 소방당국은 서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물 사용을 극도로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IT업계 관계자는 “화재나 비상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전기실과 서버 설비를 UPS와 같은 층에 설비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국정자원의 경우 설계 단계부터 화재 취약 구조였다”고 말했다. 삼성SDS 등 민간 데이터센터들은 서버 제어 시설이 층마다 존재하며 각 층별로 해당 시설을 제어할 수 있는 UPS가 별도로 존재한다.
앞으로 신규 데이터센터는 물론 기존 시설도 서버와 전원설비를 별도 층이나 구역으로 완전히 분리하는 개선 작업이 불가피해 보인다.
리튬이온 배터리 특화 안전 기준 마련 시급
현재 데이터센터의 UPS 설비와 안전 기준은 구세대 배터리인 납축전지 기준으로 구축되어 있다. 박철완 가톨릭대 교수는 “현재 데이터센터의 UPS 설비, 안전 기준 등은 납축전지 기준으로 구축돼 있다”며 “소방방재, 비치된 소화약재 등이 모두 납축전지 기준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도 효과적인 대책이 나올 수 없다”고 설명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납축전지에 비해 폭발과 열폭주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 배터리 내부에서 온도가 높아지면 화재 후 폭발할 가능성이 존재하며, 외부 충격으로 내부 전해액이 새는 경우에도 발화 위험이 높다. 배터리 셀 하나의 온도가 상승할 경우 나머지 수천 개의 셀들이 함께 열을 받아 방출하는 열폭주 현상이 일어나면 단순 진화가 어렵다.
소방청은 전기차의 경우 2020년 ‘전기차 화재 대응 매뉴얼’을 발표했지만, 데이터센터 UPS용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화재 진압 가이드라인은 전무한 실정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안전 기준과 화재 대응 매뉴얼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질적 이중화 시스템 구축으로 서비스 연속성 확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형식적인 이중화 시스템이다. 대전 본원이 마비되면 대구나 광주 센터에서 즉시 서비스를 이어받을 수 있어야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정부는 이번 사고 이후 화재에 직접 피해를 받은 96개 시스템을 대구센터 민관협력형 클라우드로 이전하기로 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소된 7-1 전산실의 96개 시스템은 바로 재가동이 쉽지 않다”며 “대구센터의 민관협력형 클라우드로 이전 복구를 추진해 최대한 신속하게 대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중화 시스템은 단순히 백업 센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위기 상황에서 즉시 전환 가능한 체계를 갖추는 것”이라며 “정기적인 전환 훈련과 테스트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본원과 분원 간 실질적인 이원화 시스템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정기 점검 및 노후 배터리 교체 규정 강화
이번 화재가 발생한 배터리는 2014년 8월 설치되어 권장 사용연한 10년을 1년 넘긴 상태였다. 업계에서는 통상 배터리 성능 보증기간을 10년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수명을 고려한 선제적 교체 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성능 보증기간이 끝났다고 배터리에 화재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안전을 위해서는 보증기간 내 교체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특히 국가 기간 시설의 경우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배터리 이전이나 교체 작업 시 안전 규정 준수도 강화되어야 한다. 이번 화재는 배터리 전원을 차단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리튬이온 배터리 작업 시에는 반드시 충전량을 20% 이하로 방전한 후 전원을 완전히 차단해야 하지만, 시간 압박 등으로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안전 강화 방안
| 구분 | 현재 문제점 | 개선 방향 |
|---|---|---|
| 배터리 배치 | 한 공간 집중 배치 | 층별·건물별 분산 배치 |
| 서버-전원 분리 | 같은 층 배치 | 별도 층·구역 분리 |
| 안전 기준 | 납축전지 기준 적용 | 리튬이온 특화 기준 마련 |
| 이중화 | 형식적 백업 | 실질적 즉시 전환 체계 |
| 정기 점검 | 주기적 점검 | 배터리 수명 고려 교체 |
데이터센터 UPS 배터리 화재로부터 배워야 할 교훈
데이터센터 UPS 배터리 화재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 일상의 모든 디지털 서비스가 데이터센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국정자원 화재는 세 가지 교훈을 남겼습니다:
- 리튬이온 배터리는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 단순히 백업 전원이 아니라 잠재적 화재 위험 요소
- 형식적 이중화는 의미가 없다 – 진짜 위기 상황에서 작동하지 않는 백업 시스템
- 예방이 최선의 대책이다 – 화재 후 복구보다 화재 예방이 훨씬 효율적
앞으로 더 많은 데이터센터가 건립되고, 더 많은 서비스가 디지털화될 것입니다. 2022년 카카오 판교 화재의 교훈을 잊고 3년 만에 또다시 같은 사고를 겪은 것처럼, 이번 사고의 교훈도 잊혀져서는 안 됩니다.
정부는 화재에 직접 피해를 받은 96개 시스템을 대구센터로 이전하는 데 약 4주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4주 동안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중요한 정부 서비스의 오프라인 대안을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한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는 자체 데이터센터의 안전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진짜 작동하는 백업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때입니다.
디지털 시대, 우리의 안전과 편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작동하는 배터리 하나에도 달려 있습니다. 이번 화재가 단순한 사고로 끝나지 않고, 더 안전한 디지털 인프라를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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